“우리가 일을 하는 건 삶을 계속 굴려가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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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FASTFIVE: 패스트파이브 멤버 ‘리시드’ 류한주 대표 인터뷰

가끔 ‘남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업종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고, 유독 일이 힘든 날이어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죠. 고객의 마케팅 업무를 대신하는 대행사라면 어떨까요? 

 


이번 Humans of FASTFIVE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리시드’의 류한주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대표님은 고객 대신 실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계획을 짜고, 그들의 사업과 목적을 이해하며 일을 해나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행사가 아니라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하는 리시드처럼, 단순한 회사 동료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과정을 지켜보는 동행으로 함께 걷는 류한주 대표님의 인터뷰를 함께 보시죠. 

 

Q. 대표님 안녕하세요, 리시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리시드는 2005년, 남편 조규형 대표가 세운 ‘기묘’라는 회사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술 세미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회사였어요. 저희 둘 다 IT 기자 출신으로, 남편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라는 테크 잡지 소속 기자였습니다. 난이도가 있는 기술을 다루는 잡지였죠. 저는 <이위크eWEEK>라는 IT 정보지에 있었어요. 기자는 2000년부터 시작했는데, 워낙 IT가 활황이어서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 서비스, 기업이 생겨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정신없이, 재밌게 일했습니다.    

세미나 플래닝 그룹 기묘는 ‘기묘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10회 정도의 자체 세미나를 진행하고 소소하게 컨퍼런스를 만들며 작게 출발했는데, 진행을 하다보니 함께 세미나를 진행했던 IT 기업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오더라고요. 그때 남편이 저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기묘가 설립되고 2년 뒤에 합류한 셈이네요. 

 

Q. 세미나 플래닝 그룹과 현재 리시드의 성격은 꽤 다른 것 같은데요. 

변화 과정을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기묘의 기술 세미나 진행은 수공업 방식에 가까웠어요. 기묘 세미나는 리허설도 했거든요. 세미나 시간과 똑같은 시간을 들여서 100% 리허설을 하고, 완벽한 세팅을 해놓고 시작한 세미나였죠. 해커들을 모아놓고 모의 해킹을 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도 했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행사죠. 그만큼 운영하는 데 난이도가 높은 행사들이었어요.

이러한 행사들을 진행하던 차에 어도비 등의 기업에서 자신들도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고 문의했고, 저희가 아젠다를 설정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등 행사 기획을 도왔습니다. 세미나 오퍼레이션보다는 콘텐츠 측면에 집중했어요. 아무래도 기자 출신이다보니 콘텐츠 제작 측면에 치중하게 되더라고요. 고객들도 그 부분을 많이 좋아해주셨고요. 

그러다가 점차 홈페이지도 만들고, 자료집, 교육 프로그램들도 만들면서 기술 마케팅과 관련해서 들어오는 업무들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이 연간 계약을 제안했죠. 마케팅을 함께 플래닝해서 운영하는 클라이언트가 늘어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죠. 지금 리시드가 하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 업무는 기묘 시절에 IBM, 어도비 등과 시작했던 기술 마케팅 대행을 근간으로 한 업무의 연장선상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Q. 현재는 디지털 마케팅에만 집중하시게 된 건가요? 

4, 5년 정도 하다 보니 일은 정말 재미있고 보람과 성과도 있었는데, 점차 회사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방향이나 이익률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는 기술 기업만을 위한 마케팅 업무가 아니라 일반 기업(소비재)들로 범위를 넓히고, 오프라인 세미나 대신 디지털/온라인 마케팅 분야에 집중하는게 좋겠다고 판단했죠. 그러면서 지금의 리시드로 이름도 바꾸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고객들이 믿고 맡겨주셔서 일이 많아지는 형태로 지금까지 운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시드 내부에는 홍보나 영업팀이 딱히 없어요. 고객들이 영업을 해주시고 소개해주시는 것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홍보를 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다시 일이 들어와서 바빠지고, 그 일이 끝나서 영업이 필요해질 때쯤 다시 일이 들어오는 식이죠. 

고객이 먼저 일감을 주는 형태로 생겨난 회사이기 때문에 저희는 중간중간 마케팅 이외의 ‘딴짓’을 합니다. 예를 들어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는 ‘앱톡AppTalk’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2007년 맥월드에서 처음으로 아이폰이 소개되었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이제는 앱의 시대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앱은 깔아보기 전에는 어떤 서비스인지 잘 모르잖아요? 앱톡은 사용자 대신 앱을 리뷰해서 이 앱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플랫폼입니다. 앱 사용자 커뮤니티이자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인데, 새로 앱을 출시한 사람은 이 플랫폼을 통해 앱을 광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새로 나온 앱이 어떤 서비스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앱톡은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기도 전에 오픈했습니다. 굉장히 빠른 시기였죠. 오픈하고 일 년이 지나서야 반응이 올 정도였으니까요. 앱 리뷰 동영상을 1,000편 이상 만들었고, 삼성전자나 sk텔레콤 등 대기업과도 공동 마케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이때 함께 일한 삼성전자는 아직도 저희의 클라이언트예요. 

앱톡을 운영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지금의 BJ 같은 역할을 했던 거니까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같은 영상이 그때 앱톡의 포맷과 비슷합니다. 앱을 가지고 놀아보고, 직접 이용하는 모습과 리액션을 보여준 거죠. 내부에 스튜디오도 있고 영상팀도 있었어요. 재미있게 작업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2012년이 되자 앱이 모두에게 공기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왔고, 굳이 앱 리뷰를 찾아보는 사용자가 적어졌습니다. 앱이 일상화되어 더 이상 앱톡이 필요하지 않았던 거죠. 그때 이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Q. 그런 ‘딴짓’을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 다른 기업의 일을 대행하는 업무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공허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력이 생길 때면 우리의 브랜드, 우리의 서비스에 도전하게 되고요. 앱톡 외에도 4년 동안 운영하다 최근 함께 하던 플로리스트 실장님에게 운영 권한을 드린 꽃 구독 서비스 ‘MOOOI’라는 사업도 있고, 동남아시아권을 타겟으로 좋아하는 K-POP 가수의 영상을 큐레이션해주는 ‘팬질Fanzil’이라는 앱도 만들었네요. 이런 식으로 꾸준히 저희만의 서비스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계속 시도했습니다.      

지금은 마케팅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시드는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이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비즈니스 플랫폼, 브랜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여력이 되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시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매우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계신데요, 기자로 일을 하시다가 사업 운영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기묘를 창업한 남편은 본인이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개발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기묘 세미나 때 만든 것 중에 ‘자바 공감 세미나’라는 게 있었어요. 그 세미나는 아직도 자바 커뮤니티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그런 세미나처럼 개발자들이 모여서 계속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 하고 그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좋아하고 응원했죠.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저는 세미나보다 기술 자체, 그리고 어떤 기술의 의미를 알리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쭉 정보지에 있기도 했고요. 시장에서 기술이 확산되는 부분에 관심이 많았죠. 남편은 기술에 대한 관심을 세미나, 포럼, 토론, 커뮤니티 등의 방식으로 표현했다면 저는 마케팅에 가까운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고객들이 그 기술을 사용했을 때 어땠는지를 전달하고 그것에 대해 프로모션을 하면서 좀 더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다가간 거죠.

기자 생활을 했던 덕분에 도움을 받는 측면도 있습니다. 지금도 고객들이 리시드를 좋게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가 콘텐츠 이해도입니다. 그들의 비즈니스와 그 목적,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고 일하니 만족도가 높죠. 고객사와 함께 마케팅 플랜을 짜야 하는 경우에 많이 찾아주세요. 대행사는 정해진 플랜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1년, 2년 플랜을 함께 짜고 주제를 잡아가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 일을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직은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컨설팅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지 않았어요. 고객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플랜을 엮어서 제시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도 않고요. 조금 더 컨설팅에 가까운 형태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Q.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사실 일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아요. 그보다 회사를 운영하는 관점에서 힘든 점이라면, 제가 조직을 정비해야 하는 입장이고 가끔은 본의 아니게 팀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보니 그 부분이 힘들죠. 힘들어도 의연하게, 안 그런 척 단칼에 진행해야 하지만 그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 가고 멘탈 회복이 어렵습니다. 몇 번 진행하면 익숙해지는 부분도 있고 요령이 생길 법한데 매번 힘들더라고요. ‘이 시기만 넘기면 정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타이밍을 놓칠 때도 있어요.  

그렇게 떠나보내게 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다행스럽고, 어려워하면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요. 그럴 때는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 드렸듯 저희는 앱톡, 모이 등의 사업을 정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니면 큰 계약이 종료되었는데 그 일을 진행하던 팀을 전부 유지할 수가 없는 경우 그 중 몇몇과는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오죠. 

예전에 회사 직원 한 명이 저에게 ‘조직을 정비하는 일을 잘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사람이 저와 회사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같다고요. 나름대로 좋은 이별을 하는 듯이 보였나봐요. 하지만 저는 한번도 쉬웠던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 직원에게 ‘진심이 얼마나 전달될지는 몰라도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노력이 공감을 얻는 게 아닐까요? 그게 최소한의 성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에 비하면 회사가 계속 잘될 때의 고민은 고민도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반대로 회사가 잘 안 될 때, 조직 개편이 필요할 때의 결정은 어떤 의사결정보다 어렵습니다. 그 점이 회사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조직은 변할 수 밖에 없으니 피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부족해서 생기는 과정이라는 생각 때문에, 현실적으로 더 힘든 것은 해당 직원들이기 때문에 제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어서 더 어렵습니다. 

 

Q. 반대로 가장 기쁘고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직원들이 집 샀다고 할 때에요. 굉장히 뿌듯합니다. 회사와 직원이 같이 성장한다는 말에는 업무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인생의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의미도 있을 거예요. 우리가 일을 하는 건 삶을 계속 굴려가기 위한 거잖아요? 한 사람이 삶을 유지하고 가정을 이루는 과정을 볼 때, 결혼을 하고, 월세에서 전세가 되고, 차를 살 때,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내심 뿌듯함을 느낍니다. 몰래 좋아하죠.

또 하나는 고객이 다른 고객을 추천해서 업무 제안이 들어올 때에요. 그렇게 첫 미팅을 하면서 리시드를 추천한 분이 어떤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전해들으면 뿌듯합니다. 저희가 백 마디 홍보를 하는 것보다 이미 함께 일해본 고객이 추천하는 효과가 더 크잖아요. ‘우리가 일을 잘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들어오는 업무가 가장 좋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함께 일했던 고객사의 담당자가 이직을 했는데, 이직을 하자마자 리시드에 연락을 해서 ‘리시드가 같이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희와 계약이 중단되었던 고객이 3년 뒤에 연락을 주셔서 ‘다른 브랜드에서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리시드가 딱인 것 같아서 추천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감사함과 동시에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Q. 그럼 앞으로 리시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더 컨설팅 쪽으로 포지셔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직 먼 이야기일 수도 있죠. 저희도 부족하고, 시장도 덜 성숙했으니까요. 현재 디지털 마케팅 시장이 안정감 있지 않거든요. 광고 집행과 바이럴 중심이기도 하고 TV CF를 만들던 종합 광고사까지 디지털 마케팅을 함께 해서 시장이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이 많은 회사들 중 어떤 플랜을 실행할 곳은 많기 때문에, 리시드는 전체적인 마케팅의 그림을 그리고 성과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로서 더 많은 고객들과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결과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다양한 산업 분야를 경험해서 저희가 강점을 갖는 산업군을 확장하는 것, 저희 서비스 퀄리티를 계속 높여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죠.

디지털 마케팅은 고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 운영 관점의 리테인 업무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앞으로 더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컨설팅 업무의 경우에는 프로젝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부침이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리시드가 돈에 쫓기지 않고 여유가 있어야 하죠. 들어오는 일 중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자유도 생길 테고요. 지금은 그런 안정을 찾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안정감을 찾은 뒤에는 더 가치 있는 일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펀딩을 하게 될 수도 있겠죠.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지원해서 인큐베이팅할 수도 있겠고요. 기업의 마케팅 컨설팅에서 벗어나서 스타트업 컨설팅을 통해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NGO 같은 단체나 협회와 함께 가치를 나누는 것도 장기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막연한 상태지만요. 

 

Q.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으로 이사하시기 전에는 어떤 사무실을 사용하셨나요?

학동사거리에서 임대 사무실을 이용했습니다. 이전에는 2-3년에 한번씩 이사를 했었어요.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인원이 4명일 때는 4인 사무실, 6명이 되면 6인 사무실을 찾아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해요. 두 명만 늘어도 좁은데 좁은 공간에서 2년을 억지로 버티고… 이런 식이었죠. 

저는 3년 전쯤부터 성수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성수를 제안했을 때 ‘공장 많은 곳’이라는 반응이 나왔어요. 예쁜 곳을 좋아하는 젊은 직원들이다 보니 더욱 저항이 심했죠. 그 뒤로는 혼자 생각만 하다가, 올해가 리시드에 변화가 필요한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다시 성수를 제안했죠. 처음에는 성수 쪽 일반 사무실을 알아보다가 패스트파이브가 성수에 지점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오픈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리시드가 입주한 패스트파이브 성수점

 

회사를 운영해보면 공유오피스 서비스에 장점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비용 절감 측면은 물론이고, 고민할 지점을 줄여주거든요. 커피는 어떤 종류를 놔야 하는지, 휴지는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이렇게 자잘한 요소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 점이 해소되죠. 공간 인테리어도 마찬가지고요. 또 이 안에서 원데이 클래스나 커뮤니티 행사에 대한 정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정보도 빠르게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알려주니까요. 

처음에는 저희 인원이 30명이 넘어서 공유오피스에 입주할 수 없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20명 정도는 패스트파이브에 들어오고 나머지 10명은 따로 사무실을 구하려고 했죠. 그런데 패스트파이브에는 그 정도 인원에 대한 공간 세팅이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3년 전에 있었던 성수동에 대한 반발도 이제는 없어졌어요. 그 사이 성수동이 핫플레이스가 되어 있었거든요. 다들 기대하고 좋아하면서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고요.     

 

Q. 대표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독특한 패턴이 있지는 않습니다. 평범하게 9시 30분에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해요. 가끔 외부 미팅을 할 때도 있고요. 내년부터는 10시 출근제를 시행할까 고민 중입니다. 리시드는 지금도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경우에는 늦게 출근하고, 오후에 학원을 보내야 하면 출근을 앞당기고 일찍 퇴근하는 식이죠.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고 회사에 상대적으로 여자 직원이 많다 보니 더욱 신경을 쓰는 부분입니다. 

한 직원이 20대 후반에 리시드에 들어와서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고, 그 사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모성애가 풍부한 사람이었구나’ 같은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의 새로운 모습, 인생을 보는 관점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잖아요. 그런 만큼 잘 지켜주고 싶습니다. 저희는 업의 특성상 바쁠 때는 새벽까지 일하게 되기 때문에 여유가 있을 때는 가능하면 워라밸을 지키려고 해요. 실제로 다른 대행사에 비해서 빡빡하게 일하지 않는 편이고, 개인의 기회를 많이 열어드리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업계의, 혹은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버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그리 뛰어난 사람이 아닌데, 그런 제가 보기에도 정말 훌륭한 여성들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국가적인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남성들과 똑같이 경쟁하고 공부했고, 부모님도 똑같이 공을 들여서 키웠는데, 사회에 나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남자의 경우 별로 의욕이 없어 보이던 직원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눈빛이 달라져요. 능력이 있든 없든 버티게 되고, 결국 경제 활동을 계속해서 좋은 포지션에 남죠. 가끔은 ‘저 사람이 어떻게 저 자리에 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면접을 해보면 성비를 맞춰서 사람을 뽑기가 힘들어요.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너무 똑똑하고 잘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과 출산 등을 거치며 그렇게 뛰어났던 여성들이 사라지죠. 

버티지 못하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 됩니다. 누군가는 버티고 누군가는 그만두었을 때 나중에는 정말 다른 상황을 맞닥뜨리거든요. 한번 쉬고 나면 복귀하는 일이 어렵기도 하고요. 그러니 어떻게든 버티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서도 많이 도우려고 하고, 앞으로 더 나아질 테니까요. 물론 가정에서 다른 가치를 만드는 일이 더 행복한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타의에 의해 그만두지는 않았으면 해요. 

또 여성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직에서 여성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충분히 어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요. 실제로 여성이 자신이 한 일을 어필했을 때 ‘왜 나서느냐’는 이야기를 들은 분도 있다고 하고요. 겸손함도 좋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성과를 내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늘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만 참 어려운 일이에요.  일하고 있는 여성분들에게는 이것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들 너무 잘하고 계시고, 훌륭한 분들이거든요.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한다는 말, 자칫하면 진정성 없는 미사여구로 들리기 쉽죠. 하지만 류한주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심이 있다면 얼마든 가능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미나 플래닝 그룹으로 시작해 ‘딴짓’도 쉬지 않으면서 현재는 튼튼한 기업으로 성장한 리시드의 옆에는 함께 성장해온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이번 주도 열심히 일하셨을 여러분을, 오늘은 특히 여성 독자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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