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에디터 손현의 글쓰기
[FASTFIVE FOCUS] 패스트파이브가 집중한 인물 #4. 매거진《B》 손현 에디터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공장을 짓다가 지금은 매거진《B》에서 글을 짓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 패스트파이브에서 손현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손현 작가님은 매거진《B》의 에디터이자,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의 저자로 최근에는 매거진 B의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 『JOBS-EDITOR (잡스 에디터)』를 편집한 분인데요. ‘공장을 짓다가 지금은 글을 짓는 에디터’라는 재치 있는 소개말로 손현 작가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에디터이자 작가로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손현 작가의 시작은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플랜트 엔지니어였다고 해요. 플랜트 엔지니어에서 에디터로 업을 바꾼 그가 어떤 성과들을 이루어냈는지 궁금했지만, 손현 작가는 성공 대신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합니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까요?
성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순간 실패의 이력이 되기도 한다.
실패 이력서
관련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에디터로 업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해요. 플랜트 엔지니어 경력이 오히려 새로운 커리어의 걸림돌처럼 느껴지자, 손현 작가는 ‘실패 이력서’로 이 실패들을 정리합니다. 실패 이력서란 실패의 이력들을 나열한 것으로, 손현 작가는 한 때 성공이라 여겼던 대기업 플랜트 엔지니어 경력을 이곳 실패란에 기입했죠.
그 밖에도 원하던 대학에 낙방을 했던 경험, 공모전에서 실패를 거듭했던 경험들을 실패 이력서에 나열하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했는지 정리합니다. 반면, 글쓰기는 그가 이룬 새로운 성취로 기록되었죠. 손현 작가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섣불리 판단할 순 없지만, 실패 속에서 발견한 예상 밖의 성취들이 스스로를 성장시킨다‘라고 말합니다. 실패의 경험을 정리하며 발견한 예상 밖의 성취인 글쓰기가 그의 새로운 성공 이력이 된 것처럼요.
불안해서, 쓴다.
글을 쓰는 이유
여러분은 언제 글을 쓰시나요? 사람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손현 작가는 ‘불안하기 때문에 글을 쓴다’라고 말합니다. 여행을 하며 느꼈던 불안감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손현 작가의 글쓰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나는 기록한다. 이 글은 모터사이클보다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 –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프롤로그 중
글을 쓰기 위해 떠난 모터사이클 여행, 누군가는 이를 낭만이라 말하며 부러워했지만 모든 순간이 아름답지는 않았다고 해요. 두 개의 바퀴만으로 이루어진 모터사이클은 언제나 위태로웠고, 낯선 외국 땅은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로 가득했거든요.
손현 작가는 이 불안감을 극복할 방법으로 글쓰기를 택했습니다. 쓸 것이 없는 날엔 아무 글이나 끄적이며, 사소한 일들도 글로 남겼죠. 시간이 지나 여행의 고단함이 정점에 다다랐을 즈음 그의 글은 오히려 단단히 여물기 시작합니다. 손현 작가는 여행 중 겪은 두려움과 불편함, 즉 결핍에서 오는 불안감이 있었기에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해요.
좋은 에디터십이란
글쓰기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며, 손현 작가는 ‘에디터십(Editor ship)’에 대해 말했습니다.
*에디터십 : 에디터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이나 정신
“사실 실패 이력서를 쓰기 전까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편집자의 직업 정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무엇이 좋은 에디터십인지 여전히 답을 구하는 중이다.” -『JOBS-EDITOR』 손현
다년간 에디터로 일했지만, 아직도 좋은 에디터십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손현 작가는 그의 성격만큼이나 단어와 문장을 가다듬는 데 있어서 신중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손현 에디터의 글쓰기
쉽고 정확하게 표현
내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를 제대로 인지하는지 다시 확인하기
담백하게 쓰기
손현 작가는 원고를 쓸 때 사용한 단어들이 정확한지, 꼭 써야 하는 글인지, 세련되진 않았지만 쉽게 읽히는지 등을 검토한 뒤 작성한 원고를 출력해 펜으로 퇴고하고,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확인한다고 해요. 손현 작가의 이런 꼼꼼하고 아날로그적인 글쓰기 습관은 그가 가진 좋은 에디터십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꼼꼼한 검토를 거쳐 입력한 단어들이 담백한 글이 되어 출력되는 과정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라는 에디터라는 직업에 잘 어울리는 모습 같았거든요 🙂
당신이 끊임없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손현 작가의 물음으로 강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최소 단위의 반복, 즉 당신이 끊임없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요. 손현 작가는 여러 실패를 겪은 뒤에야 비로소 본인이 끊임없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해요.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고, 메모를 엮고, 보충 자료를 찾고, 긴 글로 쓰는 행위
손현 작가는 위와 같은 일들을 끊임없이 좋아할 수 있는 일로 꼽았어요. 이것이 손현 작가가 거듭 실패를 겪으면서도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가 아닐까요?
공장을 짓던 플랜트 엔지니어에서 글 짓는 에디터가 된 손현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짓다’라는 단어로는 꽤 여러 개의 문장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집을 짓고, 글을 지으며, 밥도 짓습니다. 이렇게 나열해보니 ‘짓다’라는 말은 ‘만들다’라는 말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만드는 이의 정성이 듬뿍 담겨야 완성되는 말 같았거든요. 여러분이 만약 글 쓰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성을 듬뿍 담아 글을 지어보세요. 어느 날 이 글이 여러분께 뜻밖의 성취를 가져다 줄 수도 있으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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